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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체기록이 안 보이면…인뱅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정말 가능할까 |
대출 시장을 보면 가끔 “정책이 한 번에 여러 개 겹칠 때” 생기는 묘한 긴장감이 있습니다. 요즘 인터넷은행(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을 둘러싼 분위기가 딱 그렇습니다. 한쪽에서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더 늘리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가계부채를 누르기 위해 신용대출 문턱을 낮추지 말라고 합니다. 여기에 ‘신용사면’과 채무조정까지 더해졌죠. 겉으로는 다 좋은 취지인데, 막상 현장에선 “이걸 어떻게 동시에 맞추지?”라는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지금은 세 가지가 동시에 움직이는 구간이다
핵심만 추리면 이렇습니다.
- 인터넷은행 3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이 최근 분기에 줄었다. (2025년 3분기 9,153억 원, 직전 분기 대비 27.4% 감소)
- 2025년 6월 27일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 강화 흐름 속에서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별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2025년 6월 28일부터 적용).
- 신용회복 지원 성격의 조치로 연체이력 정보의 공유·활용 중단 및(조건 충족 시) 삭제가 추진됐다. 대상은 2020년 1월~2025년 8월 중 2,000만 원 이하 연체(개인) 등을 완제한 경우 등으로 설계돼 있다.
- 동시에 인터넷은행에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를 상향(30% → 2030년 35% 이상)하는 방향이 제시됐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포인트입니다. “비중을 높여라”는 주문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라, 좋은 중·저신용자를 골라내는 기준이 흐려지는 상황이 같이 온다는 점이죠.
‘연체기록’이 왜 그렇게 중요하냐면…은행은 결국 확률로 돈을 빌려준다
은행이 대출을 내줄 때 보는 건 한 가지입니다. “이 사람이 앞으로도 갚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
그 확률을 만들 때 가장 강력한 힌트가 과거 상환 기록입니다. 연체는 잔인할 정도로 단순한 신호예요. 소득이 크든 작든, 직장이 좋아 보이든 아니든, “한 번 밀린 적이 있는가”는 리스크 모델에서 꽤 큰 가중치를 받습니다. 그래서 ‘연체이력 정보’가 신용평가에서 핵심 재료로 쓰였고, 이 정보의 공유·활용이 중단되거나 삭제되면 심사 체감 난도가 확 올라갑니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지점도 있어요. 연체이력을 지운다고 해서 모두가 부실 차주는 아닙니다. 완제 후 재기한 사람도 많습니다. 문제는 은행 입장에서 “재기한 사람”과 “또 위험해질 사람”을 가르는 칼날이 무뎌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칼날이 무뎌지면 보통 두 가지 반응이 나옵니다.
- 금리를 올려서 리스크 비용을 넓게 받거나
- 아예 문을 좁혀서 승인률을 낮추거나
둘 다 결국 “정책이 의도한 포용”과는 결이 어긋날 수 있죠.
‘브레이크’가 강해질수록, 비중 규제는 더 빡빡하게 느껴진다
이번 국면을 어렵게 만드는 건 정책 방향이 서로 반대라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정책이 같은 사람들에게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가계부채 관리 강화 흐름 속에서 신용대출 한도가 연소득 이내로 제한되면, 원래 신용대출을 자주 쓰던 계층(특히 신용여력이 넉넉하지 않은 쪽)의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듭니다. 그런데 인터넷은행은 전체 신용대출에서 중·저신용자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합니다. 대출 총량이 줄어드는 환경에서는 “비중”을 맞추는 방식이 더 까다로워져요. 분모가 줄어들면, 분자의 질까지 챙기기 어렵거든요.
실제로 인터넷은행 3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이 2025년 3분기에 9,153억 원으로 집계됐고, 직전 분기 대비 감소 흐름도 확인됩니다. 이 상황에서 비중 목표를 35%로 끌어올리자는 그림이 함께 제시되니, 현장에서는 긴장감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비중은 맞추고 있다, 그런데 부담이 남는다”
흥미로운 건, 현재 기준에서 인터넷은행 3사는 “비중” 자체는 꽤 잘 맞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5년 3분기 신규취급액 기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그럼에도 불안이 커지는 건 왜일까요. 대출은 ‘지금의 비중’이 아니라 ‘미래의 연체’로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릴수록 연체·고정이하여신 같은 건전성 지표가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고, 실제로 일부 인터넷은행의 고정이하여신 규모·비율이 전년 대비 늘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여기에 연체이력 정보의 활용이 달라지면, 은행이 리스크를 보수적으로 잡는 쪽으로 기울 공산이 큽니다. 그러면 “비중 목표”를 맞추기 위해 더 공격적으로 확대하기가 오히려 어려워질 수도 있죠. 아이러니합니다. 포용을 강화하려다, 심사가 더 보수적으로 변해버리는 장면 말입니다.
그럼 해법은 뭘까: ‘숨은 신용’ 발굴은 맞는데, 설계가 섬세해야 한다
제가 보기엔 답은 하나가 아닙니다. 다만 방향성은 꽤 분명해요. 연체이력의 공백을 메울 ‘대체 신호’를 제도적으로 키우는 것입니다.
금융정책 라인에서도 ‘대안정보 활용 확대’ 같은 방향이 언급됩니다. 결국 금융이력 부족층의 “숨은 신용”을 발굴해 축적하자는 흐름이죠. 이걸 현실로 만들려면, 다음이 같이 가야 합니다.
- 현금흐름 기반 심사 강화: 월급 입금, 공과금·통신비 납부, 사업자 매출 흐름 같은 “지속성 신호”를 더 정교하게 반영
- 정책금융/보증의 리스크 분담: 은행이 전부 떠안는 구조면 심사는 보수적으로 굳어지기 쉬움
- 지표 설계의 고도화: 단순 비중(%)만 밀면 ‘양’은 늘고 ‘질’이 흔들릴 수 있음. 위험조정 성과(연체율, 금리부담 완화, 재연체율 등)도 함께 보자는 접근이 필요
한편으로는 ‘신용사면’ 같은 조치의 취지(재기 지원)를 살리면서도, 금융회사가 최소한의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정보 접근의 범위·기간·보호장치를 더 촘촘하게 설계하는 논의도 나올 수 있습니다. 이 지점이 앞으로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뭘 보면 좋을까
이 주제가 “은행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 이유는, 결국 대출은 개인의 일상과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중·저신용자 대출이 넓어지든 좁아지든, 체감은 아주 직접적으로 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보길 권합니다.
- ✔️ 내가 쓰는 신용의 핵심은 ‘한도’보다 ‘흐름(상환 습관)’인지
- ✔️ 대출을 새로 받을 때, 금리보다 먼저 총부채 구조(카드·현금서비스·대출)가 어떻게 보이는지
- ✔️ 정책 변화가 나올 때마다 “대출이 쉬워진다/어려워진다”보다 어떤 신호를 신용으로 인정하려는지
결국 신용은 점수라기보다, 반복되는 생활 패턴에 가깝습니다. 점수는 그 결과표일 뿐이죠.
포용을 늘리려면, ‘선별의 기술’도 같이 커져야 한다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는 명분도 필요하고, 성과도 필요합니다. 다만 그 과정이 단순히 “비중을 올려라”로 끝나면 현장은 부담을 떠안고, 소비자는 체감 금리로 비용을 낼 가능성이 큽니다.
연체기록이 덜 보이는 환경에서 포용금융을 확대한다는 건, 쉽게 말해 안개 속에서 운전 속도를 올리라는 주문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더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헤드라이트입니다. 대안정보, 리스크 분담, 지표 설계 같은 “헤드라이트”가 함께 밝아져야 합니다. 그래야 포용도 건전성도 둘 다 놓치지 않겠죠.
당신이라면, 지금 이 조합을 “재기의 기회”로 보시나요, 아니면 “새로운 리스크의 시작”으로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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